요즘 상영된 영화 쪽이 아닌 PS1용으로 발매된 게임 이야기입니다. 전 시리즈 중에 첫번째 작 말이죠.

사실 Silent Hill 이 발매된다고 했을 때 제 반응은 꽤나 시큰둥한 것이었습니다.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의 아류로 생각된 데다, 바하 시리즈의 공포물로서의 역량을 전 굉장히 낮게 평가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지금도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공포물이 아니라 좀비 척살물로 분류합니다. :-) 그래도 어디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기나 하자 라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던 것이 사일런트 힐과의 만남이었던 거죠.

그리고 전 게임 시작한지 1시간 만에 제 생각을 철회했습니다. '바이오 해저드랑 비교해서 미안' 이라는 심정이었달까요. 좋은 의미로 제 예상을 벗어난 게임이었던 거죠.

사일런트 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극단적인 시야의 제한이겠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을 기다리는 건 안개가 자욱한 거리. 그리고 건물에 들어가서는, 그리고 세계가 바뀐 후에는 암흑으로 가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거라곤 괴물이 가까이 올수록 큰 불협화음을 내뿜는 라디오와 극히 시야의 일부분만을 밝혀줄 뿐인 손전등이죠. 그나마 이들의 활용 또한 제한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건하에서 유발되는 불쾌감, 혹은 두려움이야말로 사일런트 힐의 성공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극단적으로 제한된 시야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또한 청각을 민감하게 만들죠. 거기에 알맞게 들려오는 잡음들과 S/E가 그런 불안감을 극대화시키고 불쾌감을 조성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음습한 분위기라든가 그로테스크한 장면 및 크리쳐들 역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 하고 있고요.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위에서 쓴 심리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고 그 부분이 제겐 마음에 들었던 거죠.

절대악을 구현하려는 자와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 및 비극이 작품의 이야기와 배경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부분도 호러 게임으로서는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죠.

상당히 인상적인 게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후속작들은 아직 플레이하질 못 했습니다. 왠지 이런 류에서는 첫 작품이 인상적일 수록 후속작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고 할까요.(라지만 사실은 그냥 이런저런 우연에 가깝다는게 사실이겠습니다만.) 최근에 호러 게임에서 이 정도로 인상깊었던 작품이라면 령~제로~ 시리즈 정도겠군요.

서두에도 썼습니다만 최근에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중이죠. 사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보지 않는 주의입니다만, 감독 자신이 이 게임의 팬이기도 하다는 점과 꽤나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점 때문에 흥미가 생기고 있습니다.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 시간이 나질 않네요.(절대 간호사들 때문에 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

NOT DiGITAL

PS. 현재 한국에서 상영중인 영화의 경우 삭제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아시는 분이 계시면 커멘트 부탁드립니다.

PPS. 야간 근무를 마치고 회사 건물에서 나오는 순간 정말 한치앞도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더군요. 순간 당연하게도 사일런트 힐이 떠올랐습니다. :-)

2006/11/22 04:11 2006/11/22 04:11
Posted by NOT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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